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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인문학_여행

호메로스 일리아스-ILIAS-

by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2022. 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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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메로스의 일리아스

줄거리요약

 

무려 10년 동안이나 지지부진하게 계속되던 트로이 전쟁의 한가운데에서 아킬레우스가 전쟁을 포기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자신의 상관 아가멤논과의 갈등 때문이다전리품으로 얻은 사랑하는 여인을 아가멤논이 내놓으라고 무리한 요구를 하자 아킬레우스는 크게 분노해 전쟁에서 손을 떼겠다고 선언했다친구 오디세우스스승 케이론 등이 설득했지만 소용없었다.

그러고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어머니 테티스 여신에게 자신이 속한 그리스군이 아닌 트로이군이 승리하게 해달라고 부탁하기까지 한다.

때문에 아킬레우스가 빠진 그리스군은 패배를 거듭한다.

 

[파트로클로스의 시체를 되찾아오는 메넬라오스] 피렌체의 로지아 회랑

그러나 이를 보다 못한 아킬레우스의 절친 파트로클로스가 아킬레우스를 대신해 전투에 참여했다가 적군 헥토르에게 죽고 말았다. 이에 아킬레우스의 분노는 적군으로 향한다. 분노에 몸을 떨던 그는 친구의 복수를 위해 다시 전장으로 돌아가 모든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고, 결국 트로이의 왕자 헥토르를 죽여 친구의 원수를 갚았다.

그럼에도 아킬레우스의 분노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그는 헥토르의 시신을 전차에 매달아 12일 동안이나 밤낮으로 이리저리 끌고 다니며 욕보였다. 그의 잔인함에 적군은 물론 아군도 치를 떨며 그를 두려워했다.

아킬레우스의 승리 -프란츠 폰 마치-


 
아킬레우스를 움직인 것은 의무감이나 책임감주변 사람들의 부탁이 아니라 분노였다. 전쟁에서 빠지겠다고 선언한 것도 아가멤논에 대한 분노 때문이었고, 전장으로 돌아간 이유도 친구의 죽음으로 또다시 점화된 적에 대한 분노였다. 분노가 아킬레우스를 행동하게 했다.
 
아킬레우스와 같은 도전가 유형은 위협받거나 거부당한다고 느낄 때그리고 배신당했다고 느낄 때 분노가 폭발하면서 예측할 수 없는 행동을 한다10년이나 계속된 전쟁에서 공도 없이 돌아간다는 것은 장수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열심히 싸운 자신의 공을 인정하지 않는 아가멤논에게 심한 배신감과 위협을 느낀 아킬레우스는 싸움을 포기하겠다는 자신의 의지를 내세우고 결코 꺾지 않았다.

 

[파트로클로스의 시신을 안고 슬퍼하는 아킬레우스] 스코틀랜드 내셔널 갤러리

 


트로이 전쟁에서 오로지 분노의 힘으로 움직였던 아킬레우스는 한 노인을 만나고 난 뒤 성숙해진다. 그 노인은 트로이군의 장수 헥토르의 아버지 프리아모스였다아들을 죽이고 그 시신마저도 분풀이의 대상으로 삼은 원수 아킬레우스에게 프리아모스는 홀로 찾아간다그가 가족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죽음을 각오하고 위험한 적진의 한가운데로 들어간 이유는 아들의 시신을 돌려받기 위해서였다.

[아킬레우스에게 헥토르의 시신을 돌려달라고 간청하는 프리아모스] 알렉산더 이바노스 1824년

 

 

그의 방문을 의아해하는 아킬레우스에게 노인은 무릎을 꿇고 아킬레우스의 무릎을 부여잡았다그러고는 그의 손에 입을 맞추며 애원했다.

고귀한 아킬레우스여나와 동년배인 당신의 아버지를 생각해 나를 불쌍하게 생각해 주시오그분은 아무리 힘들어도 희망이 있소트로이에서 돌아올 아들당신이 있으니 말이오그러나 나는 정말 불행한 사람이오내겐 많은 아들이 있었지만 모두 잃고 마지막 남은 헥토르마저 최근에 당신 손에 죽고 말았소그러니 아킬레우스여당신 아버지를 생각해서 나를 제발 동정해주시오아들을 죽인 사람 앞에 무릎을 꿇고 그의 손에 입을 맞추는 아버지의 심정을 좀 헤아려주시오.”

이에 견고한 바위 같던 아킬레우스의 마음이 움직였다감정이 없는 차가운 사람처럼 보였던 그는 놀랍게도 노인을 위로하며 헥토르의 시신을 깨끗이 씻어 넘겨주었다그리고 12일간 휴전을 선언해 트로이 사람들이 충분히 슬퍼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장례를 도왔다.

[트로이로 옮겨지는 헥토르의 시신] 파리 루브르 박물관 180-200년 로마시대 석관 부조

<일리아스> 중에서 이 장면을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아마도 지금까지의 아킬레우스에게서는 상상할 수 없는 새로운 면을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감정을 무시하고 잔인한 복수에만 몰두했던 그가 애끓는 부성애에 감동해 마음의 빗장을 열어버린다. 강함의 상징인 아킬레우스는 연약한 마음을 내보인 상대에게 공감하여 함께 눈물을 흘리며 한 단계 성장해간다. 그리고 그는 상대를 애도하며 진정한 대인배의 모습을 보인다.
 
도전가 유형은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만 할 뿐 공감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나 해와 바람의 대결에서 나그네의 외투를 벗긴 것은 바람이 아닌 따뜻한 해였듯이, 감정을 나누는 따뜻한 마음은 실제로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된다.

공감은 상대의 감정을 자신의 것처럼 느끼는 것이다. 공감하기 위해서는 강렬한 분노 뒤의 드러내고 싶지 않은 감정을 인정하고 함께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도 약한 마음이 숨어 있을 수 있으며, 그것을 드러낼 때 치유된다는 사실을 아킬레우스는 원수의 아버지를 통해 경험할 수 있었다.

위의 내용은 <그리스 신화에서 사람을 읽다>에서 인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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